보통의 이야기

사랑에 빠진 이의 눈빛

써머23 2024. 12. 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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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졌을 때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 지는 잘 모른다. 거울로 항상 내 자신을 지켜볼 수는 없기 때문. 하지만 나를 사랑했던 누군가의 눈빛을 통해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를 대하던 눈빛을 기억한다. 

 

 

약속장소에서 나를 기다리면서 즐거운 상상이라도 한 듯 수줍게 웃던 그 눈빛 ,   유독 예뻤던 꽃다발을 통해 내 마음을 전했을 때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던 그 사람의 눈빛, ,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향해 설레는 걸음으로 뛰어오던  해맑은 눈빛, 화가나서 토라져 돌아서 집에 가던 나를 붙잡던 절실한 눈빛, 마지막 헤어짐의 순간까지 끝까지 뒤돌아서지 못하고 계속 나를 쳐다보던 그 눈빛.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면 그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사람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난 왜 그렇게 믿지 못했을까? 비록 행동은 조금 부족했어도 그 마음의 진실됨을 알기에는 충분했었기에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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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온전히 인식하지 못한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수는 있어도, 사랑에 물든 눈빛과 그 감정의 진폭까지 거울이 담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누군가의 눈빛 속에서 그 순간의 나를 비춰보게 된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의 눈동자 속에서, 그들이 마주했던 나의 모습과 그들이 품었던 감정이 함께 깃들어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약속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며 즐거운 상상을 했는지 수줍게 웃던 그 눈빛, 정성스럽게 준비한 꽃다발을 건넸을 때 어쩔 줄 몰라 하며 반짝이던 그 눈빛, 지하철 입구에서 나를 발견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뛰어오던 해맑은 눈빛, 화가 나서 돌아서던 나를 붙잡으며 간절함을 머금은 눈빛, 마지막 이별의 순간까지도 끝내 등을 돌리지 못하고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그때는 몰랐다. 그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는 것을. 그 마음을 의심했고, 행동의 부족함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말보다 진실했고, 행동보다 선명했다.

사람의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감정은 때때로 말로 숨길 수 있지만, 눈은 진심을 감추지 못한다. 나는 왜 그 진심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까. 왜 더 믿어주지 못했을까. 지금은 후회가 남는다. 사랑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믿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의 부재는 우리가 놓쳐버린 수많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 뚜렷하게 떠오르게 만든다.

사랑의 순간은 지나간 후에야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사랑을 배우고, 다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사랑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을 것을. 그 눈빛이 말하고 있었던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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