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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철학

불가능성, 불완전성 정리

by 써머23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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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정치학자 케네스 애로우는 그의 불가능성 정리를 통해 민주주의의 이상에 균열을 냈다. 다수의 합리적 선택이 반드시 전체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통념은 그의 정리에 의해 철저히 반박되었다. 동시에 수학의 영역에서도 쿠르트 괴델은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어떤 형식 체계 내에서도 그 체계의 참을 모두 증명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제시했다. 두 명제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유사한 파문을 일으켰다. 인간이 합리적 사고와 논리를 통해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완전한 진리’는, 더 이상 정복 가능한 대상이 아니라 손에 닿지 않는 이상향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그러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사유의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플라톤이 꿈꾼 이데아의 세계—감각의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완전한 형상의 세계—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철학적 이상으로 남아 있다. 어떤 이들은 동굴 밖의 태양을 향해 걸어가듯, 삶을 통해 진리를 탐색하며 이상적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이상이라는 환상을 벗고, 자신 안의 욕망과 본성, 그 흐릿하고 불완전한 현실 속에 깃든 진실에 주목한다.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기보다는 발 밑의 흙을 바라보며, 존재의 구체성을 탐구한다.

 

역사는 완벽함을 추구하다 파멸에 이른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이들은 한 점의 흠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한 윤리적 삶을 살고자 했고, 어떤 이들은 초인의 삶을 지향하며 자신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그러나 그 끝은 종종 광기, 외로움, 혹은 눈물로 귀결되었다. 그들에게 진리란, 마주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완벽함이란 불가능한 것인가? 진리란 본래 도달할 수 없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욕망과 본성은 그 공허를 채울 해답이 될 수 있는가?

 

철학은 오랜 세월 동안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하나는 이데아의 천상세계, 즉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의 세계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육체와 감각을 통해 체험되는 지상의 세계, 즉 욕망과 고통, 기쁨과 좌절이 얽힌 구체적인 삶의 장이다. 이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여정이야말로 철학의 본질이며, 인간 존재의 핵심적 진동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나아갈 길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진리를 향한 끝없는 갈망과, 인간됨의 구체적 조건을 인정하는 태도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일이다.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불완전한 탐구의 길 자체가 우리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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